지원아 많이 춥지 않니?

어제 오늘은 서울도 좀 춥다. 포천은 서울보다 더 북쪽에 있으니 더 춥겠지?

숙소, 강의실은 따뜻하지? 감기 걸리지 않게 조심하고.

운동은 줄넘기밖에 안하나 보네? 하긴 너무 추워서 실외 운동이 힘들기도 하겠지.

오늘 너네 담임샘께서 우리 아들이 필요한 물품들을 알려 주셨어.

내일(금) 당장 준비해서 택배로 보내 줄게.

편지도 쓰라고? 길면 길수록 좋다고? 외롭다고?

편지야 이렇게 쓰면 되는데 우리 지원이 외로움은 어찌할꼬?

친구도 좀 생겼지? 우리 지원이 사교성이 좋아서 금방 다른 사람들이랑 친해질 거야.

헌데 말이야 때로는 외로움도 한 사람이 성장하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진한 외로움을 느끼다 보면 자신을 정확하게 들여다 볼 수 있게 되고

내 주위의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알 수 있게 되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이 있잖아. 우리 아들 이거 잘 하잖아.ㅋㅋㅋ

오늘 아침에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허리가 뜨끔하더니 좀 많이 아프더라.

외출도 못하고 꼼짝 없이 하루 종일 누워 있었네. 엄마는 저녁에 모임 있어 나갔고.

아빠도 좀 외롭다. 그래서 우리 지원이 생각이 더 나네. '좀 더 잘해 줄 걸...'

하는 후회도 들고. 특히, 우리 아들 데려다 주는 날 짜증낸 것이 너무 마음 아프고...

미안해 지원아. 진짜로 우리 아들이 미워서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잘 알고 있지?

그게 가족인가봐.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다가도 금방 사라지고. 자꾸 보고 싶고.

결국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확신이 든다. 우리 지원이도

많은 것을 사랑하면서 앞으로의 삶을 살아 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우리 지원이랑 사랑을 나누면서 살아갈 날이 엄청 많다는 사실이 참 좋다.

참, 그리고 아빠 아예 술 끊기로 엄마랑 맹세했다. 술을 먹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결론이 나온 이상 계속 먹을 이유가 없는 것 같애. 그렇다고 우리 아들도 앞으로

절대 술 먹지 마라는 강요는 하지 않을게. 술은 적당히만 먹으면 참 좋은 음식이니까.

다만, 아빠는 술을 처음 배울 때 잘못 배웠어. 그 잘못 배운 습관이 평생을 가는 것이고...

잘못 배웠다는 것은 술을 너무 '급하게' '만취'하도록 먹는다는 거야.

우리 지원이는 술은 마시되 절대로 급하게 만취하도록 먹지 않았으면 좋겠어.

술은 적당히 먹어도 되지만 담배는 절대 피우지 마라.

젊은 날에 몸에 밴 습관이 평생을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아빠는 요즘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지원이가 지금 좋은 습관을 몸에 지니면서 자라 줬으면 좋겠고...

아빠 나이가 어언 50이 넘었네. 이제 50년 동안 살아오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 보려고 해.

그 새로운 방식의 핵심은

1. 내 가족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사랑한다.

2. 아빠의 건강을 위해서 많은 것을 버린다.(술, 과식, 폭식, 지나친 육식 등)

3. 건강을 위해서 꾸준히 운동한다.

4. 50년 동안 추구해 왔던 삶의 재미를 새로운 재미로 대체한다.

이러한 각오로 살아 보려고 해.

사람이 한 평생을 살다 보면 전환점(터닝 포인트)이 찾아 오게 되어 있는 것 같애.

그 전환점에서 어떠한 생각을 하고 준비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는가가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초등학교 입학, 중학교 입학, 사춘기, 고등학교 입학, 대학교 입학, 군입대, 직장 생활 시작, 결혼 생활 시작,

자녀 출산, 승진, 자녀의 입학, 자녀의 결혼, 갱년기 등등등...

아빠의 전환점은 승진, 자녀의 입학, 갱년기 쯤인 것 같다. 이 전환점에서 아빠는 위에서 말한 4가지를 실천해 보려고 하는 거야.

우리 지원이도 본인의 전환점이 어디인지? 이 때 무엇을 준비하고 스스로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바래.

이러한 전환점들이 때로는 우리들을 두렵게도 하지만, 우리네 인생이 이러한 전환점 들때문에 재미 있고 살아볼 만한 거라를 생각도 들어. 변화 없은 인생은 얼마나 따분하고 무료하겠냐?

우리 지원이 인생길에 맞이하게 될 수많은 굴곡과 변화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길 부탁한다.

좀 앉아 있었더니 허리가 또 아파 오네.

이만 줄이고

다음에 또 쓸게

건강하게 화이팅!!!

사랑해 지원아.

 

2015년 1월 8일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