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관학교의 고민.

해가 갈수록 사관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관학교가 하나의 대학으서 전체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도 커지고 있고,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꽤 오래전부터 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는, 사관학교 잔학의지가 없다할 지라도, 사관학교 1차시험을, 일종의 ‘pre-수능’으로서, 응시해보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응시하여 불합격 한다면, 수능 연습을 해 본 것으로 치부하고, 합격한다면, 대학입시에 있어서 하나의 대안이자 차선책으로서 사관학교를 ‘이용’해 보자는 의도이다.

상위권 수험생들의 접근이 늘어나고, 해마다 그 입시 요소가 상기됨으로써, 사관학교의 이미지가 개선되고, 군적성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수험생들에게 사관학교와 장교라는 직업군에 대해 환기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많아졌다는 점에서는 이러한 세태가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사관학교를 가벼운 대안으로 접근하는 학생들에게서 발생한다. 어쨌든 요즘같이 취업난이 심각한 시대에 사관학교는 일종의 ‘100% 합격하는 공무원 양성 과정’의 역할을 할 수 있고, 단지 이러한 편의만을 보고 사관학교에 응시한 학생들은 합격 후에도 군조직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입학 후 1년이 체 되지 않아 중도 포기하는 생도들의 수가 늘어나고, 심지어는 가입교 훈련 중에 중도 포기하는 학생의 수도 많이 늘어났다. 또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사관생도에 의한 중대한 군기문란 행위들도 발생하게 되었다. 사관학교의 입학 정원은 필요한 장교 수에 따라 약간의 유동성을 가지고 움직이고, 중도에 탈락한다 해도 해당기수를 충원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중도탈락생의 급증은 장교수급계획 실행의 실패를 의미한다. 또한 군을 대표하는 얼굴인 사관생도들이 저지르는 일탈행위는 사병이 저지르는 행위에 비견할 수 없게 군 이비지에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된다. 여기에 사관학교의 고민이 서리게 된다.

또한 이러한 양상과 또 다른 양상으로, 공군사관학교는 -항공기 조종사로써의 특기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러한 세태와 맞물려 더더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지원자들의 일부는 국비로 항공조종기술을 습득하고 의무기간이 끝나자마자 민항사로 이직하여 고연봉의 전문직에 종사하겠다는 계산을 깔고 공사에 진학한다. 실제 공사출신 파일럿의 대부분이 장기복무보다는 전역 후 민항사 취업의 길을 선택하고 있으며, 물론 공군사관학교는 애써 키운 우수 자원이 결국 민간으로 유출되는 현상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각 군 사관학교의 이러한 문제의식과 고민은 결국 사람을 뽑는 과정, 즉 입학 전형의 구성안에서 들어나게 된다. 결국 우수한 인재를 뽑고 싶다는 바람과, 정말로 군 적성을 가진 군에 끝까지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을 뽑고 싶다는 바람이 입학전형 안에 녹아들게 되고, 각 전형 요소들의 중요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